장호항 투어는 배를 타고 해안 절경을 보는 활동으로 통한다.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배에 올라 손꾸락이나 쓱 닦고 돌아올 생각이라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다. 이 투어의 진짜 가치는 선상에서 내려다보는 암반이 꽃밭처럼 펼쳐지는 해안선 생태계 구경에 있다. 삼척의 특이한 지형적 특성이 만든 식생 분포를 수면 위에서 꼽아보는 시간이 이 상품의 본질이다. 바다 위에서만 보이는 식물 군락의 경계선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이 항구 투어를 규정하는 정체성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방문객이 이 사실을 모른 채 배만 탄다는 거다. 선장이 속도를 줄이며 특정 암석 지대를 설명하는 구간에서 무심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꼴. 선상 마이크로 전해지는 지질 형성 배경을 놓치면 꽃게와 우럭이 뛰는 평범한 바다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굴 입구에서 역류하는 해류가 만드는 수괴 모양을 직접 눈으로 추적해야 한다. 항로 중반에 다다르면 해식동굴이 늘어서는 지형이 등장하는데, 각 동굴마다 바람과 파도가 만드는 공명 소리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증발하는 정보들이다.
배 선택의 기준도 잘못 잡고 있다. 크고 안락한 선박을 찾는 우를 범하지 마라. 장호항 투어의 매력은 좁고 낡은 배 위에서 투박하게 느껴지는 파도의 흔들림에 있다. 투명한 바닥을 가진 유리선 따위가 평양 온수처럼 이질적이다. 파도가 암벽에 부딪히는 압박감을 피부 밑 신경으로 느껴야 투어의 반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앉아서 짐승처럼 굳어 있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그렇게 타면 놀이공원 바이킹 타는 날이 된다. 선창에서 바람을 맞으며 암석과 조류의 관계를 눈으로 꿰뚫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결국 이 항구에서 배를 타는 행위는 바다가 육지를 깎아내는 과정을 읽는 지질학적 훈련이다. 의자에 파묻혀 비린내나는 것들만 들이켜 보는 식도락 관광의 연장으로 장호항 투어를 소비하려 한다면, 차라리 주차장 옆 횟집에서 회를 썰어 입에 쑤셔 넣는 게 이기는 길이다. 배 밑바닥으로 스며드는 수온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거면 원양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항해 기점과 종점을 직접 바다 위에 그려가는 시야를 가질 때, 장호항 선상에서 보내는 한 시간은 사진 따위로 담기지 않는 노하우가 된다.